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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입장에서 서술하느라 줄거리가 모두 나와요. 스포 주의~!! 
 
결혼과 인연과 타이밍과 전생에 관한 "유미 건조" 멜로드라마. 
 
 

현재 씬. 세 사람이 바에 모인 인트로로 시작하며 그들이 어떤 관계인지 추측하는 잡담을 하는 손님들이 보인다. 

대과과거 씬에선 두 남녀 아이가 걷다가 남아가 너 왜 내가 이겼다고 시무룩하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남녀 아이(해성과 나영)가 두 엄마가 감시(?) 또는 돌봐주는 상태에서 만나고 있다. 나영의 엄마는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장면은 두 갈래 길을 따로 가는 아이들의 롱쇼트로 이별로 이어지고 이내 비행기에서 나영 자매는  영어를 연습하고 있다.

이 영화의 쇼트는 주로 롱쇼트나 풀쇼트로 환경과 어우러지는 사람을 강조하는 듯하다. 

정제된 카메라 움직임과 쇼트들이 인상적이다. 

[12 years pass]란 자막과 함께 시간은 과거다. 군대에서 행군을 하는 20세 가량의 해성이 보인다. 이 한 장면으로 세월의 흐름을 표현한다. 짧은 장면이지만 감독은 언제 군대의 흐름을 관찰는지 통찰력이 놀랍다. 

한편 미국에서 묘한 음악과 함께 흐르는 차창의 풍경들. 웃고 있는 어른이 된 나영은 뉴욕으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동현이는 변호사가 되고 해성은 공학도가 되고 나영인 문학가가 되었다. 이 장면으로 세월의 흐름은 또 간단히 표현된다.

차분한 편집의 흐름이 다큐를 보는 듯 하면서도 시적인 느낌이 난다. 

 

영상통화를 하며 엄마와 대화하는 성인 나영. 나영은 문득 SNS에서 자신를 찾고 있는 해성의 포스팅을 발견하고 연락을 한다.

한편, 한국 술집에서 잡담을 하는 성인 해성으로 팬 레프트를 하는 카메라.

실연 당해 우는 친구를 위로하던 중 나영의 메시지를 받는다. 

바카스 컵에서 틸트업하면 자다 깨는 해성의 클로즈업이 보이는 순간 그에게 집중하게 된다.

어제 온 메시지를 확인하는 혜성은 드디어 나영의 사진을 본다.

뉴욕과 한국의 장면들이 오가며 정재된 카메라워크는 계속된다.

점점  카메라는 바스트와 클로업을 위주로 보여주기 시작한다.

도서관에서 숨가쁘게 집으로 달려온 나영은 혜성과 드디어 화상톡으로 재회한다. 

영화의 차분함은 여전히 무기가 된다. 나영은 자신의 이름이 '로라'로 바뀌었다고 소개한다. 

또한 연극 극작가가 되었다고 소개한다. "너 아버지랑 비슷하구나. 멋있다..."라고 말하는 혜성의 영상이 잠시 끊기며 작은 긴장을 준다. 

과거에 나영이 해영에게 져서 울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비로소 영화의 시작에 어린 나영이 운 이유가 나온다. 

"너 무슨 공부해?" "응. 공학..." 하며 소소한 그러나 흥분되는 이야기가 지속된다. "좋다...너랑 이야기하는 거..." "나 좀 재밌는 사람이야..."

이제 영화는 극단적 클로즈업을 많이 보여준다.

서로 수업을 가야 하고 배고프다는 이유로 거기 몇시인지 물어보며 또 안타까워지고 아쉬워진다. 그리고 대화를 끝낸다.

"보고 싶었어." "나도..말도 안 돼..." "나 가야 돼. 진짜 수업 시작해..." "안녕 또 얘기하자." 하면서도....나영(로라)의 기쁨이 표현된다. 

둘은 며칠인지 몇 달인지 모를 영상통화를 계속한다. 장면 전환은 팬에서 팬으로, 트렉 인으로 이어지며 인상적인 느낌을 준다. 

케이블카를 타며 폰으로 서로를 보여주는가 하면 보고 싶음이 극에 달할 때는 나영(로라)의 목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건 목마름의 표현일까?둘은 거의 와이파이가 도와주는 데이트를 맘껏 한다. 창가로 불어드는 커튼 바람을 보여주기도 한다. 

친구들과 담배 피는 혜성. 배경들은 정제되고 아름답고 즐길만하다. 남산타워가 보인다.

그러다 불현듯 방 책상에 앉아 있는 혜영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모습이 보인다. "괜찮아?"라고 물어보는 해성을 통해 이제 사랑에 지친 둘이 보인다. 

서로 언제 자기를 만나러 올 수 있는지 물어보는 두 사람은 불만족스럽다. 

잠깐 연애하다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로라는 자신이 집착하게 되는 상황을 괴로와한다. 

이렇게 세월의 흐름을 잘 표현하는 영화가 있던가? 이렇게 충실하게 표현하는 것 만으로도 그게 된다.

... 그러면서도 감정선의 흐름이 존중되고 그 세월이 느껴지는 기법. 배우고 싶다. 

우는 나영의 뒷모습에서 팬하면 작은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섬세한 태양 빛이 보인다. 섬세하다.

이것은 이 영화의 한 단락의 끝인 걸까? 

---이하부터 스포일러?!-------

영화가 이미지로 많은 것을 이야기하며 팬이나 트렉을 차분하게 잘 활용하고 있다. 

팬은 긴 호흡을 보게하는 힘을 가진 듯하다. 팬을 하는 순간 관객은 호기심을 가지고

팬의 끝에서 뭘 보여주려 하는 거지? 하는 호기심을 품는다. 

혜성은 어디로 가는 건지 짐을 쌌냐는 친구의 말에 그렇다고 답한다.

로라는 시골로 오고 그림 그리는 이젤이 있는 집으에 배치된다. 로라의 새로운 집일까? 아니면 엄마의 집? 잘 모르겠다.

분명 시간 경과인듯 하다. 몇 년의 경과일까? 

누워 있는 로라의 뒤로 택시에서 내리는 포커스 아웃된 남자. 그가 해성인지 타인인지 궁금하다. 

그 남자는 낯선 외국인이다. 그와 어울리는 로라는 어떤 관계일까? 

로라는 혜성이 뉴욕에 온 것도 모르고 시골집에서 남자(아서)와 어울리고 있다. 그 집은 누구의 집일까?

혜성은 뉴욕의 중국인 타운에서 옆자리 한 여성과 눈이 마주치는 장면이 있는데 이건 나중에 큰 의미는 아니었다.

이 장면은 뭘 의미하는 걸까? 

그와 동시에 로라는 외국인 남자친구와 가깝다. 연인인듯 하다. 손님이 아니었다.

식탁에 앉아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키스를 하는 순간 원경을 잡으니 신비롭고 깨끗하다. 

시간이 흘러 연인이 된 건지 남편이 된 건지

이미 남편인 것이었는지 헷갈리다. 영화는 그렇게 시적이다 

외국인 남편은 로라와 뉴욕으로 가기 위해 공항 이미그레이션 통과를 한다.

그들은 이미 결혼했다고 출입국 관리인에게 비로소 말한다. 남편이란 확신은 여기서 처음 드는데 내가 단서를 놓친 것인지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다. 

결혼했다는 사실을 감독이 숨겼다가 이제야 내어놓는 것으로 영화의 재미를 더하는 것이라면 관객인 나는 속은 기분에 별로 좋지 않다. 

 

이렇게 영화는 세월과 시간의 도약을 모호하게  시적으로 표현한다. 

해성이 온다고 하는 이야기를 로라가 남편에게 전한다. 

다음 장면에서는 결혼한 로라를 왜 만나러 가냐며 잡담하는 바로 직전 과거가 나온다.

영화는 이렇게 과거와 대과거와 미래?를 섞는다. 

 

혼자 온 해성의 기운은 내내 뉴욕에 비가 오는 것으로 표현된고. 빗물에 비친 빨간 신호등으로 디픽트된다. 

둘이 드디어 만나는 순간 어린 시절 둘이 놀던 인서트가 지나간다.

이게 첫 만남인가? 예전에도 만났던 건가? 

결혼 전 이메일 했는데 답이 안 왔다며 섭하다는 로라. 그 이야기를 들으니 다시 세월이 정리되면서

관객은 두 주인공이 그때 둘이 집착과 고루함을 느꼈던 그 때 헤어졌었구나 깨닫게 된다. 

나영화 해성은 뉴욕 거리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웹상으로 사귀었던 그 당시, 나무 두 개를 한 항아리에 심는 것 같았다는 표현으로 답답함을 표현한 로라는 남편과 자주 싸웠다는 말도 해준다. 

남편과 화투도 친다고 말하는 로라. 영화에서 간 세월을 계산하면 36세가 되어버린 그들이다. 

일상적인, 다큐 같은 대화들. 해성의 여친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너같이 이상주의적인 사람은 장가가기 힘들어..."

 

"너는 나를 왜 찾았어?" "12년 전에?"... 

로라는 해성을 집에 초대해 남편과 만나게 하고 셋은 파스타 먹으러 식당도 가고 2차로 바에도 간다.

음... 뭐 하자는 걸까... 

셋은 나란히 앉아 있고 이 장면은 바로 영화의 도입부에서 다른 손님들이 세 사람의 관계를 추측하던 그 장면이구나. 

군대 이야기를 하던 해성은 이야기를 마치고... 

그리고 해영과 나영은 서로 바라보며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백인 남편은 듣고 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참 예의 바르지 못한 자리배치와 태도인 상태에서 둘은 운명과 자신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가 원하던 그 존재와 결혼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등등 ...인연에 대해 깊이 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한다. 

"이번 생에는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 될 인연은 아닌 거야. 우리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이 도시에 있는 것이거든." 

"이번 생에는 너와 아서(옆에 앉아 있는 유대인 남편)가 그런 인연인 거지. 아서에게 너는 곁에 남는 사람인 거야." 

"전생에 우린 어떤 관계였을까?" 

​참으로 깊이 있어 뵈면서도 샬로우한 이야기가 지속된 후, 

 

카드 영수증에 사인하는 아서의 손 클로즈업되고 나서 다음 컷에 로라는 없고 두 남자만 앉아 있다.

계산은 남편의 몫. 대화는 그들의 몫. 나는 좀 화가 난다.

해성은 아서를 너무 혼자 둔 것을 사과한다. 해성은 아서에게 인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신과 나도 인연이라고...

무슨 말인지 원... 

짐을 가지고 떠나는 해성을 배웅하는 나영. 두 사람을 두고 어린 시절 인서트가 지나간다.

"이것도 전생이라면 다음 생에는 또 서로에게 다른 인연인 게 아닐까? 그때 우린 누굴까?"

"모르겠어". "나도." "그때 보자."

떠나가는 택시. 그 택싯 바람인지 자연풍인지에 흔들리는 로라의 검은 치마.

남편이 나와 로라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간다. 영화는 끝난다.

인연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난다. 

영화를 맺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양인들은 우리만큼 인연에 대해 저런 대화를 잘 안 나누거나 저린 식으로 생각을 않고 다르게 생각하나? ... 

딱히 전생에 대한 이미지는 영화에서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아련하고 시 같은 영화였다. 너와 나와 또 누군가의, 우리들의 지난 이야기와 패스트라이브즈(전생)를 생각하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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